[캐파 파트너스] 국내 HP MJF 가동률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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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팅 전문업체 프로컴정보기술(대표 조영환)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터진 지 1년 뒤인 1998년에 설립됐다. 굴지의 기업들도 IMF의 여파를 버티지 못해 속절없이 무너지던 시기에 새롭게 탄생한 프로컴정보기술은 그로부터 20년이 훨씬 지나는 동안 업종을 바꿔가며 살아남아 이제는 3D 프린팅 업계에 번듯하게 자리를 잡았다. 위기 시절에 창업을 감행한 창업자의 배짱, 혹은 용기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창업자인 조영환 대표를 만나 직접 물어봤다. 아래는 조 대표와의 일문일답.
프린터 유지보수 업체서 MJF 3D프린팅 전문업체로
Q> IMF 시기에 어떻게 회사를 설립할 생각을 했나
“프로컴정보기술은 1998년도에 처음 창업할 때 HP(휴렛팩커드) 프린터를 유지 보수하는 회사로 시작했다. IMF 직후라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노림수가 있었다.
당시 ‘가정용 PC’와 ‘프린터’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주연테크 사에서 1990년대에 ‘국민 PC’가 처음 나왔다. 100만원이 안 되는 가격이었다. 어려운 와중에도 ‘뚱뚱한 모니터’와 ‘잉크 프린터’가 집집마다 번지던 시기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틈새를 노렸다. 고장난 프린터를 수리해주고 잉크도 판매했다. 가정마다 들어선 프린터 수만큼 사업은 번창했다. IMF에도 불황을 몰랐다.”
Q> 그렇게 잘 나가던 프린터 사업을 접고 지금의 3D 프린팅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2013년쯤 프린터 시장이 서서히 죽어가기 시작했다. ‘종이 없는 문서’ 시대가 시작된 거다. 휴대폰, PDA가 나오면서 이메일로 업무를 처리하는 비율이 늘었고 (반대로) 인쇄량이 줄었다. 프린터 사업 환경이 안 좋아졌다. 아이러니하게도 회사의 규모는 계속 성장하고 있었다. 15년 정도 함께한 직원들은 회사와 함께 성장했다.
(회사 사정이 안 좋아지자) 식구 같은 직원들의 밥벌이가 걱정됐다. 직원들과 함께 가려면 우선 회사가 살아야겠다 생각했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아나섰다.”
Q> 새로운 아이템으로 3D 프린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HP 본사를 통해 관련 소식을 빠르게 접한 게 컸다. 2013년에 HP 본사에서 실적발표를 위한 컨퍼런스를 열었다. 당시 HP CEO(최고경영자)였던 멕 휘트먼이 이 컨퍼런스에서 3D 프린팅에 대한 관심을 언급했었다. 3D 프린팅에 대한 뉴스를 처음 접한 건데, ‘저거다!’ 싶었다. 앞으로 3D 프린팅이 프린터 시장의 새로운 문을 열 것 같았다. 세계적인 기업이 움직일 때 프로컴정보기술도 발맞춰 움직인 것이다.”
조영환 대표는 차분하게, 수줍은 웃음을 섞어가며 말했다. 하지만 부드러운 표정과 달리 말에서는 날카로움이 느껴졌다. IMF 위기 직후 프린터 사업을 시작할 때도, 3D 프린팅으로 업종을 전환할 때도 그에게는 ‘흐름을 읽는 촉’이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2013년 즈음 3D 프린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었다. 그해 2월 당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2기 국정연설에서 3D 프린팅을 가리키며 ‘새로운 산업혁명’이라고 지칭했다. 이러한 기조에 발맞추듯 HP의 CEO였던 멕 휘트먼도 3D 프린팅에 대한 관심을 공식적으로 드러냈다. 휘트먼 CEO는 그해 10월 ‘카날리스 채널 포럼’에서는 3D 프린팅 산업을 두고 “큰 기회”라고 말했다.
또다시 시대의 흐름을 읽어낸 조영환 대표. 일단 방향은 3D 프린팅으로 잡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을 채택할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결국 프로컴정보기술은 3D 프린팅 방식 가운데 상대적으로 드문 MJF 방식을 선택했다.
Q> MJF는 3D 프린팅 가운데 다소 독특한 방식으로 분류된다
“사업성을 비교하다 보니 멀티젯 퓨전(Multi Jet Fusion, 이하 MJF) 방식이 최적이었다. 출력 속도도 빠르고, 가격도 저렴했다. MJF를 찾기까지의 과정은 짧지 않았다. 먼저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3D 프린팅을 선택한 뒤 공부를 많이 했다. 2016년에 가산디지털단지에서 6개월 동안 매주 토요일, 하루 4시간씩 교육을 받았다. 나이가 들어서 공부를 하려니 책상에 앉아있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필사적으로 했다. 6개월의 교육 기간이 끝난 뒤에는 3D 프린팅 출력을 하는 업체에서 2개월 동안 추가 교육을 받기도 했다. 다른 3D 프린팅 방식에 비해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발견하고 MJF를 선택했다.”
조영환 대표 “직원들 밥벌이 걱정, 새로운 사업아이템 찾아나서”
MJF 방식, 불필요한 설계 줄여 제품 경량화··· 양산도 문제 없어
Q> MJF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빠른 출력 속도와 저렴한 가격이다. FDM(Fused Deposition Modeling) 방식보다 출력 속도는 빠르고, (가루를 재료로 사용하는) 메탈 3D 프린팅으로 알려진 DMLS(Direct Metal Laser Sintering) 방식보다는 재료 측면에서 가격이 싸다. 재료가 가루 소재이다보니 두께 0.5mm 수준의 종잇장처럼 얇은 제품도 제조가 가능하고, 그러면서도 강도는 높다. 또한 FDM 방식과 달리 서포터가 없이도 제조할 수 있어 제품의 완성도도 높다. 경량화 제품에도 유리하다.”
Q> MJF는 제품을 경량화하는 데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MJF 방식으로는 불필요한 설계를 줄여 가벼운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낡은 설계 방식에서는 불가능했던 설계 구조도 MJF로는 구현이 가능하다. 드론 같은 제품의 경우 경량화뿐 아니라 충격에 강해야 하고 인장 강도도 중요하다. 나일론 pa-12 계열들을 주 소재로 사용하는데, 생산성은 높고 가격은 낮다.
카본 소재도 생산성으로 따지면 좋다고는 하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 DMLS로는 몇 천만 원 대가 금방이다. 만약 MJF로 노트북 크기만한 드론을 만든다면 PA12 소재로 120만 원 선에서 가능하다. 출력 시간은 7시간 정도로, 훨씬 경제적이다.”
Q> MJF로 양산도 가능한가
“물론이다. 실제로 양산 거래를 해왔다. 미국 브랜드 L사의 리클라이너 부품을 양산했었다. 해당 리클라이너는 270만원을 호가한다.
당시 제품의 크랭크축이 문제였다. 크랭크축은 리클라이너에 사람이 누웠을 때, 발판과 등판이 펼쳐지면 이를 연결해주는 부품으로 리클라이너의 핵심 부품이다. 제품의 회전 방향을 바꿀 때 크랭크축이 힘을 많이 받는데, 파손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그만큼 핵심부품인데, (해당 제품의) 부품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 코로나19 때문에 미국에서 부품을 수급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 것이다. (이 같은 사정을 듣고) 우리 회사에서 MJF 프린팅으로 위상최적화(제품의 강도를 유지하면서 설계 구조를 바꾸는 기술)를 적용해 자체적으로 부품을 생산했다. 업체측에서 미국 본사에서 만든 부품보다 프로컴정보기술 부품을 더 선호하더라. 2개월에 100개 정도씩 꾸준히 양산해 거래했었다.”
Q> 제품 양산 측면에서 전통적인 사출 방식과 비교할 때 어떤 이점이 있나
”MJF 프린팅은 금형사출에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형태의 부품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 사출 방식은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하나의 금형을 만들어야 하지만, MJF는 금형이 필요 없기 때문에 다품종 소량생산에 강점이 있다. 금형제작 시 지나치게 고비용이 발생하는 경우, 금형 제작에 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경우에는 MJF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다. 다양한 제품을 동시에 출력할 수도 있다.”
프로컴정보기술은 HP 본사에서 집계한 데이터 기준으로, 국내 HP MJF 프린터 가동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남보다 한발 앞서 MJF 방식의 3D 프린팅 시장에 뛰어들어 입지를 다진 것이다. 혹시 또다른 계획이 있는지 조영환 대표의 다음 발걸음이 궁금해졌다.
Q>프로컴정보기술의 다음 스텝은 어디로 향하나
”탑(TOP)을 유지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동률뿐 아니라 매출, 기술력까지 1등을 하고 싶다. 앞으로도 이 순위를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트렌드를 읽어가며 부단한 노력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프로컴정보기술 회의실 테이블에서 본 붓글씨로 커다랗게 쓴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남과 같이 해서는 남 이상 될 수 없다.’ 누군가의 뒤를 쫓아가기보다 스스로 길을 만들어나가는 프로컴정보기술. 최고의 위치에 올라서도 여전히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회사의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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