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연(Zn)합금 ‘다이캐스팅’ 전문업체
다이캐스팅(die casting)은 2가지 제조 방식을 섞어 놓은 듯한 제조 방법이다. 금속을 재료로 한다는 점에서 주조와, 사출 방식으로 제품을 양산한다는 점에서 플라스틱 사출성형을 닮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이캐스팅은 플라스틱 사출보다 역사가 오래 된 유서 깊은 제조 방식이다. 19세기 인쇄 산업에 적용됐던 최초의 다이캐스팅 특허는 플라스틱 사출성형 특허보다 20년 이상 빨리 출원되었다.
백두다이캐스팅은 아연합금 다이캐스팅을 전문으로 하는 제조업체다. 이 회사 강병민 대표는 다이캐스팅 업체에서 20년 이상 공장장 등으로 근무하다 지난 2014년 백두다이캐스팅을 설립해 독립했다. 다이캐스팅 분야에서 백두산처럼 높은 경지에 다다르자는 의미에서 ‘백두다이캐스팅’이란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다이캐스팅은 금속 재료를 빠르게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금형을 제작해야 하는 등 소량 생산에는 적합하지 않다. 백두다이캐스팅은 이러한 다이캐스팅의 진입 장벽을 낮춰 초보자를 비롯해 더 많은 고객들이 다이캐스팅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 이 회사 강병민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적은 발주수량도 최대한 맞춰 드립니다”
Q) 백두다이캐스팅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다이캐스팅은 금형을 제작해 대량생산을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소량 생산을 원하는 고객들은 최소 발주 수량이란 ‘장벽’에 부딪혀 다이캐스팅 방식을 포기하곤 했다. 백두다이캐스팅은 이런 고객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타사에 비해 적은 발주 수량으로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Q) 일단 금형을 만들어 놓으면 소량으로 추가 생산도 가능한 것 아닌가?
“일단 금형이 완성되더라도 제품을 생산하려면 먼저 금형을 설비에 안착, 탈착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또 초기에 뽑아내는 수량은 형태가 불균질해서 폐기할 수밖에 없다. 아연 다이캐스팅의 경우 보통 초기 수량으로 최소 100개 이상을 폐기하고, 난도가 있는 제품은 400개까지도 폐기한다. 만약 최소 발주수량이 1000개라면 10%가 불량인 셈이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보통 최소 발주수량을 5000개 이상으로 잡는다. 백두다이캐스팅은 고객들이 최소 발주수량보다 적은 수량도 생산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맞춰 드린다.”
다이캐스팅은 사용하는 재료에따라 크게 아연, 알루미늄, 마그네슘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업체로 구분된다. 최근엔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 관련 제품(부품) 수요가 늘면서 관련 다이캐스팅 업체들이 많아졌다. 규모가 큰 업체들도 대부분 알루미늄 업체들이다.
강도 높은 아연합금, 고강도 재료 개발 목표
Q) 수요가 많은 알루미늄에 비해 아연합금이 가진 강점은 무엇인가?
“알루미늄 쪽에 대형사들이 많다 보니 관련 제품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연은 강도가 높고 연신율(*쇠가 늘어나는 성질)이 좋다 보니까 잘 깨지지 않는다. 다이캐스팅에 사용되는 아연합금은 녹는점이 낮아 열가압식(*가압장치를 외부가 아닌 쇳물이 담겨있는 수조 안에 두는 방식) 다이캐스팅에 알맞으며, 알루미늄을 4% 정도 포함하는 공정조성(共晶組成) 합금이 다이캐스팅에 이용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아연(Zn) 합금 다이캐스팅은 밀도가 높아 경량화 측면에서 불리하지만 중·소형 부품을 제작하는 경우에는 부품을 얇고 가볍게 하나의 형태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우수한 주조성과 재료의 특성을 살려 다양한 부품을 생산할 수 있다.
그래서 드럼세탁기, 건조기의 ‘레버’ 도어나 냉장고를 열고 닫을 수 있도록 중심축 역할을 하는 ‘힌지’ 같은 부품은 아연 다이캐스팅으로 만든다. 특히 가정집의 도어락은 외부 충격에 의해 파손되기 쉬운 알루미늄을 적용할 수가 없다. (강한 압력을 버텨야 하는) 유압, 공압 부품도 파손되면 안 되기 때문에 아연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
백두다이캐스팅에선 주조성과 강도가 우수한 ‘ZDC2’를 재료로 하는 제품이 대부분을 점하고 있으며, 연신율을 충분히 고려한 고강도 재료의 개발도 목표로 하고 있다.”
Q) 어떤 고객들이 기억에 남나
최근엔 가구제작사와 일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가구제작사들은 다이캐스팅으로 제품을 만들고 싶어도 수량이 적고 기구설계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실제 제품 생산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특히 봉과 봉 사이를 연결해주는 브래킷(bracket)을 아연 다이캐스팅으로 생산하면 연신율이 좋기 때문에 손상이 안 가고 오래 사용할 수 있다. 특히 많은 고객들이 알루미늄 샘플만 접하다 보니 알루미늄만 찾게 되는데, 저희가 아연으로 제작한 샘플로 테스트를 해주면 만족도가 높다.”
Q) 다이캐스팅 업체들은 보통 대기업과의 거래를 선호하던데, 중소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이유가 있나
“대기업과 거래하면 (거래가 성사되면)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지만 대기업 의존도가 높아지면 나중엔 하청의 재하청을 받는 식의 임가공으로 전락할 수 있다. (그래서) 꾸준히 거래할 수 있고, 자체 메이커를 갖고 있는 회사와 거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특정 거래처에만 의존하면 위험, 거래처 다각화 나서
백두다이캐스팅이 처음부터 일반 고객을 타깃으로 삼았던 것은 아니다. 한때는 대기업 물량을 토대로 빠르게 회사를 키워나간 적도 있다. 신나는 경험이었다.
국내에서 5G 상용화가 이뤄질 즈음이었다. 5G 기지국을 설치할 때 필요한 부품을 다이캐스팅으로 제작하려는 주문이 들어왔다. 제품의 두께가 1mm 정도밖에 되지 않는 고난도 제품이었다. 성형 자체도 어려운 데다, 후가공 과정에서도 불량이 많이 발생했다. 어지간한 아연 다이캐스팅을 하는 업체들이 달려들었지만 불량률이 30~40%에 이르러 단가를 맞추기가 어려워 대부분 포기했다.
백두다이캐스팅은 약 3년 간 제품 개발에 매달려 발주처가 요구하는 품질을 만족시키는 데 성공했다. 경쟁자가 사라진 그야말로 ‘무주공산’. 자연히 회사의 매출이 늘면서 회사 또한 성장했다. 하지만 기회는 또다른 위기를 불러왔다. 공장 확장에 나서던 시점에 관련 제품을 납품하던 거래처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그 많던 주문이 한 순간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특정 거래처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회사가 한 순간에 ‘휘청’ 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으면 위험하듯, 당장 큰 물량을 보장하는 대기업 대신 작지만 안정적인 중소 규모 거래처를 여럿 확보해 안정적인 거래처 ‘포트폴리오’ 확보에 나선 이유다.
거래처를 다각화한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올해 공학 부품 제조회사의 1차 벤더가 됐고, 유압 부품 쪽에서도 1차 벤더로 등록했다.
이 회사 김천우 이사는 “그 회사들이 매출이 많진 않지만 알루미늄이 할 수 없는, 아연으로 할 수밖에 없는 제품을 꾸준히 생산하는 곳들”이라며 “또 가구회사처럼 다이캐스팅 업체와의 거래 경험이 없는 업체들과도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기구설계를 손봐준다든지 해서 거래처를 다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에 특화된 협업툴 ‘캐파 커넥트’ 애용
백두다이캐스팅은 제조에 특화된 협업 툴 ‘캐파 커넥트’의 애용자라고 밝혔다. 요즘엔 고객과 제품에 대해 의견을 나눌 때 굳이 만나지 않고 커넥트를 통해 온라인에서 소통한다고 했다.
Q) 캐파 커넥트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나?
“(거래하는) 고객사들을 커넥트에 초대한다. (그룹을 만들면) 메시지 창을 띄워서 ‘이 포인트는 어떻게 수정되면 좋겠다’는 식으로 메시지를 남기고, 공유한 도면에서 특정 포인트를 체크해 메시지를 적을 수도 있다. 예전 같으면 꼭 만나서 해야 하는 일정인데 이제는 캐파 커넥트에 (고객을) 초대해서 알려준다. 고객들도 좋아한다. 외부에 나가 있어도 휴대폰으로 대응할 수 있으니까 거기서 열어보고 얘기를 나눈다. 저희처럼 설계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좋은 기능이다.”
Q) 앞으로 캐파에서 만나게 될 고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이캐스팅과 관련해서라면 거래 여부를 떠나 일단 상담을 해드리고, 저희 회사에서 진행하지 않더라도 관련된 전문회사를 소개시켜드리고 있다. 이미 금형을 갖고 있지만 발주 수량이 적어 생산을 맡길 다이캐스팅 업체를 찾지 못하는 분들, 도금 등 후공정이 필요한 분들도 편하게 상담해 드릴 수 있다.”
끝으로 강병민 대표는 “백두다이캐스팅은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아연 다이캐스팅 분야에서는 최고라 자신한다”며 “사업을 하면서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그런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꾸준히 지켜봐 준 고객과 직원 덕분이다. 앞으로도 자만하지 않고 인연을 소중히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