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 “발품 팔지 마세요”…한국 첫 우주인 꿈꿨던 고산 ‘새로운 도전’
- ‘한국 첫 우주인’ 꿈꿨던 고산 대표
- 제조 견적 비교 서비스 ‘캐파’ 론칭
- ‘발품’에 의존하던 업무과정 개선
- 제조업 전용 ‘협업툴’도 출시 예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국내 제조업이 위기입니다. 새로운 고객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죠. 아이디어와 제조업체를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연결하는 서비스 ‘캐파’로 국내 제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데 기여하겠습니다”
한국 최초 우주인을 꿈꿨던 고산 대표가 세운 스타트업 에이팀벤처스가 새로운 서비스로 제조업 혁신에 도전한다. 제조 수요자와 공급자(공장 등 제조업체)를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캐파’를 최근 내놨다. 고 대표는 “제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디지털 측면에서 낙후돼 있다”며 “‘발품 팔기’를 줄여주는 온라인 서비스를 내놓으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발품’ 대신 온라인으로 연결
캐파는 컴퓨터 수치제어(CNC), 금형사출 관련 여러 업체의 제조 견적을 비교해주는 서비스다.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고객이 도면이 첨부된 견적요청서를 작성해 서비스에 업로드하면 캐파에 가입한 약 500개의 제조업체에 알림이 발송된다. 제조업체가 올린 견적가를 고객이 비교한 후 업체를 선택하면 채팅 등을 통해 함께 도면을 살펴보며 상세 견적을 조율할 수 있다.
고 대표는 “그동안은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서비스가 없어 각자 파트너를 찾기 위해선 발품을 팔아야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일감이 줄어든 공장이 새로운 고객을 데려올 영업 통로가 마땅치 않았다는 설명이다.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도 주위 ‘입소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딱 맞는 제조업체를 찾기 어려웠다.
에이팀벤처스는 최근까지 캐파와 유사한 서비스인 ‘크리에이터블’을 운영해왔다. 에이팀벤처스가 견적 산출에 이어 최적의 제조 파트너를 직접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고객 만족도는 높았지만 연결에 비용이 많이 들어 모든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웠다. 고 대표는 “더 빠르게 고객을 만나고 싶은 제조업체의 수요가 상당했다”고 말했다.
에이팀벤처스는 제조업 전용 ‘협업툴’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제조업체와 고객이 3D 도면을 보며 협업할 수 있는 ‘캐파 커넥트’다. 양측이 3D 도면을 자유자재로 돌려보며 주석과 채팅으로 소통할 수 있다. 고 대표는 “기존에는 제조업체와 고객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만나 하나의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며 논의하는 식으로 업무가 이뤄져왔다”며 “이 같은 업무 프로세스를 온라인 기반으로 혁신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알고리즘이 견적 자동 산출
에이팀벤처스는 최근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다. 알고리즘이 3D 도면을 인식해 난이도와 비용을 자동으로 판단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고 대표는 “계약 과정에서 가장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과정이 견적 산출”이라며 “카카오택시에서 기사가 직접 비용을 계산하지 않듯, 제조 견적도 자동으로 산출해내는 기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3D 모델의 오류를 검증하고 자동으로 수정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에이팀벤처스는 2013년 창업 이후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누적 87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3D프린터 제조업체로 출발해 크리에이터블 등으로 제조 분야 업력을 쌓았다. 캐파로 국내에서 사업 기반을 다진 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 고 대표는 “국내에는 우수한 제조 인프라가 있고, 정보기술(IT) 역량도 훌륭하다”며 “두 요소를 결합하면 해외 고객을 국내 제조시설로 충분히 끌어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