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직의 시대…자발적 퇴직자 수 453만명
요즘 미국에서는 100년 전 ‘대공황(Great Depression)’에 빗대 ‘대사직(Great Resignation)’이란 표현이 유행입니다. 자기 발로 회사를 그만 두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11월 미국의 자발적 퇴직자 수는 453만명으로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자발적 퇴직이 늘어나는 이유는 근로자들 입장에서 소위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기간(2021년 11월) 자발적 퇴직자보다 많은 670만명이 새로 채용되었고, 특히 이 기간 채용공고(job openings) 규모는 1000만 건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미국 내 자발적 퇴직 ‘붐’의 정점에 제조업이 있습니다. 미국 유력 신문인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는 1월 9일자 ‘왜 유례 없이 많은 제조업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퇴사하는가(Why manufacturing workers are voluntarily leaving jobs at rates never seen before)’란 칼럼에서 미국 제조업 근로자들의 자발적 퇴직이 코로나19 확산 이전과 비교해 58% 늘어났다고 밝혔습니다. 모든 업종을 통틀어 가장 높은 비율입니다.
미국 제조업은 전례 없는 호황
미국 제조업의 자발적 퇴직이 상대적으로 높은 데에는 2000년대 들어 제조업 임금 수준이 타업종에 비해 낮아진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 미국의 제조업 경기가 전례 없는 호황이고, 채용공고 수 또한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일감은 넘쳐 나는데 일할 사람은 부족한 상황이 자발적으로 사표를 던질 수 있는 자신감의 원천이라는 얘기입니다.
국내 제조업은 ‘흐림’
이와 대조적으로 국내 제조업 경기는 ‘흐림’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조업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전년보다 16% 감소한 50억달러 수준에 그쳤습니다. 해외에서도 국내 제조업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로, 전체 FDI는 약 295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과 사뭇 대조적입니다.
특히 자동차 부품 제조를 비롯한 일부 분야에서는 향후 수요 감소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이 전기차로 옮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부품을 만들던 제조업체들에 대한 주문이 점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연초부터 너무 우울한 소식을 전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위기는 기회의 다른 표현일 수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국내 제조업계의 취약점은 소수의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하청, 재하청 구조로 되어있다 보니, 대기업 주문이 끊기면 소위 협력사들은 생존의 위협에 맞닥뜨린다는 점입니다. 상대적으로 영세한 제조업체 입장에서 이와 같은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선 새로운 고객을 확보해야 합니다.
물론 새로운 고객을 찾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IT 기술의 발달 덕분에 예전엔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고객을 만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제조업체도 예외가 아닙니다.
캐파에 신규 주문 몰려
온라인 제조 플랫폼 캐파(CAPA)에는 매일같이 수많은 고객들의 신규 주문이 올라옵니다. CNC 가공부터 금형사출, 판금, 3D프린팅, 주조, 기구설계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캐파 파트너로 등록하면 고객들이 올린 다양한 주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 적정한 견적을 제시하고 양질의 제품을 납품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경쟁력 있는 제조업체들이 플랫폼에 모여들면 여기에 만족한 고객들이 새로운 주문과 입소문을 통해 더 많은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 ‘선순환’이 가능해집니다.
제조업은 우리나라 경제의 심장입니다. 심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2022년에도 캐파가 열심히 뛰겠습니다. 내년 이맘때쯤엔 ‘전례없는 제조업 호황’ 같은 표현이 국내 언론의 머릿기사를 장식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