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 산업은 한때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것이란 기대를 받으며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양산에 대한 한계 등으로 인해 사용이 제한되면서 점차 일반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습니다. 대신 꾸준한 기술 개선이 이뤄지면서 산업 현장에서는 3D 프린팅이 적용되는 분야가 하나둘씩 늘어났습니다.
많은 3D 프린터 업체들은 영세한 규모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증시에 입성한 3D 프린터 회사들도 적지 않습니다. 물론 하루에도 시가총액 수십 조원이 왔다갔다 하는 대형 기업들과 비교하면 규모 면에선 아직 미미한 수준입니다.
3D프린팅 관련 업체 주가에 무슨 일이?
최근 미국 증시에 상장된 3D 프린팅 관련 기업들의 시가총액 순위에서 재미있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온라인 상에서 3D 프린팅을 비롯한 다양한 가공방식의 제품을 제조하도록 도와주는 주문형 제조 플랫폼 ‘조메트리(Xometry)’의 시가총액이 세계 최초의 3D 프린팅 기술을 바탕으로 역시 최초로 설립된 3D 프린터 업체 ‘3D 시스템즈(Systems)’의 시총을 넘어선 것입니다.
3D 프린팅 관련 최신 뉴스를 전달하는 온라인 미디어 Fabbaloo는 지난 3월 6일(현지시간)에 발간한 기사를 통해 현재 증시에 상장된 3D 프린팅 관련 기업들의 시가총액 순위를 공개했습니다. 여기에는 3D 프린터 업체 또는 3D 프린팅을 이용해 제품을 직접 제조하는 업체들은 물론, 3D 프린팅 기업들을 온라인으로 연결해주는 제조업 플랫폼 업체들도 포함됐습니다. 다만, 휴렛팩커드(HP)처럼 전체 사업에서 3D 프린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기업은 제외됐습니다.
순위 | 회사명 | 시가총액(단위: 100만$) |
1 | Xometry | 1,926 |
2 | 3D Systems | 1,875 |
3 | Stratasys | 1,440 |
4 | Protolabs | 1,412 |
5 | Velo3D | 1,288 |
6 | Desktop Metal | 1,141 |
7 | FATHOM | 1,140 |
8 | Materialise | 1,021 |
9 | Nano Dimension | 796 |
10 | Markforged | 580 |
11 | SLM Solutions | 325 |
12 | Shapeways | 125 |
13 | Massivit | 91 |
14 | Meatech 3D | 80 |
15 | Freemelt | 41 |
16 | voxeljet | 29 |
17 | Sigma Labs | 21 |
18 | Sygnis | 12 |
19 | Aurora Labs | 10 |
20 | AML3D | 9 |
21 | Tinkerine | 2 |
총액 | 13,362 |
3D printing valuation leaderboard (in US$M) [Source: Fabbaloo]
조메트리, 19억달러로 3D시스템즈 제쳐
이번 순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문형 제조 플랫폼인 조메트리의 시가총액이 세계 최초의 3D 프린터 업체 ‘3D시스템즈’를 뛰어넘어 1위를 기록했다는 점입니다. 조메트리의 시가총액은 2위 3D시스템즈보다 50만달러 정도 많은 약 19억 달러(한화 약 2조3600억원)로 집계됐습니다.
다만 이같은 이변(?)은 현재로선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기는 힘들 듯합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을 필두고 전세계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3D프린팅 관련 업체들의 주가도 동반하락했는데, 3D시스템즈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입니다. 즉, 조메트리의 사업 전망이 좋아서라기 보다 3D시스템즈에 여러 악재로 인해 이 회사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고, 하락장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한 조메트리가 반사이익을 봤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3D시스템즈는 최근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2.6%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때문에 불과 1주일새 주가가 3억7000만 달러 가까이 하락하며 18억8000만달러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조메트리, 상장 후 토마스 인수 등 공격 경영
사실 조메트리의 상황도 그다지 좋지만은 않습니다. 2021년 6월말 약 38억 달러 규모로 증시에 상장된 이래 주가가 줄곧 하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조메트리는 작년말 대규모 제조업체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한 토마스(Thomasnet.com)를 인수하는 등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인 경영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조메트리는 오는 17일에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3D시스템즈에 이어 세계 최초로 FDM 방식의 3D프린터를 개발한 스트라타시스(Stratasys)의 시가총액이 약 14억400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상위권에 오른 업체들을 살펴보면 자체적으로 대규모 설비를 보유한 제조 플랫폼 프로토랩스(Protolabs)가 스트라타시스와 비슷한 14억1200만달러로 4위에 ‘벨로(Velo)3D’가 12억880만달러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온라인 제조 플랫폼인 패덤(FATHOM)이 약 11억4000만 달러로 7위에, 3D 프린팅 기반 제조 플랫폼의 원조 격인 머티리얼라이즈(materialise)가 약 10억2000만 달러로 8위를 기록했습니다. 3D 프린팅 기반 제조업 플랫폼의 상징적인 존재인 쉐이프웨이즈(Shapeways)는 약 1억2500만달러로 12위에 올랐습니다.
일부 제조 플랫폼, SPAC 우회상장 추진
지난해 제조업 플랫폼 업계에서는 일부 기업들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이용한 우회상장 등을 통해 증시 입성을 추진했습니다. 올해에도 새롭게 증시 문을 두드리는 3D 프린팅 관련 기업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은 미국 텍사스 소재 건설용 3D 프린팅 전문업체인 아이콘(ICON)입니다. 아이콘은 최근 수 십억 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증시 주변에서는 조만간 상장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산업용 금속 3D프린팅 전문업체인 EOS, DLS(Digital Light Synthesis)라는 독특한 3D 프린팅 공법을 개발한 Carbon, MIT 미디어랩 출신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Formlabs와 같은 3D 프린팅 업체들이 증시에 이름을 올릴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