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양산 전에 ‘목업’을 꼭 제작해야 하나요?

제조업계에 종사하거나 제품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목업’이란 용어가 익숙하실 겁니다. 제조 현장에선 ‘목업집’이란 표현이 있을 정도로, 양산보다 목업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업체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제조 입문자나 제품을 처음 제작해보는 경우엔 제품 디자인부터 양산까지 비용이 들어갈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 굳이 목업까지 제작할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할 것입니다. 지난한 제조 과정에서 목업은 불필요한 ‘옥상옥’일까요, 아니면 쓰지만 꼭 삼켜야 하는 약(藥)과 같은 존재일까요.  

 

오늘은 목업과 관련한 궁금증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Q) 목업이 뭔가요? 혹시 한자(漢字)인가요?

흔히 시제품(試製品)이라고도 부르는 ‘목업’을 한자로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옛날엔 나무를 이용해 샘플을 만들었기 때문에 혹시 ‘목업(木業)’이라고 쓰는 것이 아닐까’라고 상상할 법도 합니다. 

‘목업’은 나무에서 파생된 용어다?

사실 목업은 실물과 동일한 크기의 모형을 가리키는 영어(mock-up) 표현입니다. 보통 놀리다, 조롱하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mock’는 형용사로 ‘가짜’라는 뜻도 있기 때문에 mock-up은 ‘진짜’ 제품과 구별되는 표현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보통 ‘목업’이라고 표기하지만 외국어표기법에 따르면 ‘모크업’이라고 쓰는 것이 맞습니다. 실제로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목업을 치면 검색결과가 없다고 나오지만, 모크업이라고 치면 ‘비행기나 자동차 따위를 개발할 때에, 각 부분의 배치를 보다 실제적으로 검토하기 위하여 제작하는 실물 크기의 모형’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목업(여기서는 제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대로 ‘목업’이란 표현을 고수하겠습니다)은 제품 양산(量産)에 앞서 제품의 실물과 동일한 형태로 만든 모형을 가리킵니다. 애초 구상했던 제품의 모양과 실제 작업의 결과물이 얼마나 일치하게 될지를 알아보기 위한 목적입니다. 

다수의 제품을 제작하는 양산과 달리 보통 한두 개 정도만 소량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보통 목업을 제작할 때는 양산과는 다른 가공 방식이 사용되곤 합니다. 

 

Q) 제품을 양산하기 전에 목업을 꼭 제작해야 할까요?

처음 제품을 제작하다 보면 예상했던 것보다 돈 나갈 곳이 훨씬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도면을 직접 디자인할 수 없다면 디자이너를 고용해야 하고, 도면만 넘겨주면 될 줄 알았건만 막상 제조업체에서는 ‘이 도면으로는 제품 못 만든다’며 디자인 수정과 함께 추가 비용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어느새 준비했던 예산은 움켜쥔 주먹 속의 모래처럼 스르르 새어나가게 됩니다. 

이같은 상황에 몰리다 보면 ‘굳이 모양만 확인하기 위해 굳이 돈을 들여 목업을 제작할 필요가 있을까’ 라고 생각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꼭 목업까지 제작해야 하는 것일까요?

보통 목업은 3D 프린팅이나 CNC 가공으로, 양산은 플라스틱 사출성형(위 사진) 방식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조업 현장의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업을 제작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합니다. 자칫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사태가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양산을 목적으로 만드는 제품은 금형을 제작한 뒤 플라스틱 사출을 통해 생산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때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은 금형 제작입니다. 금형은 한 번 만들면 수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수정을 하게 되더라도 많은 비용이 듭니다. 금형이 복잡할수록 애초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제품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목업을 제작해 금형제작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사전에 걸러내는 것이 유리합니다. 무엇보다 금형을 수정할 바에는 목업을 여러 개 제작하는 편이 훨씬 비용이 싸게 든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여러 개의 부품이 맞물려 작동이 필요하거나 PCB(인쇄회로기판)를 탑재하는 다소 복잡한 제품이라면 반드시 목업을 제작해 사전에 예상되는 문제점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물론, 양산이 필요하다고 해서 무조건 목업을 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합이 필요 없는 단순한 형태의 제품, 특히 단일 부품으로 이뤄진 제품이라면 굳이 목업을 제작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플라스틱 사출로 아이들 놀이용 삽 같은 것을 제작하는 경우라면 목업을 제작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Q) ‘목업’과 ‘시제품’은 다른 건가요? 

시제품의 사전적 정의는 ‘시험 삼아 만들어 본 제품’입니다. 시제품은 목업과 마찬가지로 실제 제품 생산에 앞서 테스트용으로 만드는 일종의 샘플을 의미합니다. 사실상 목업과 같은 의미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제품이란 용어를 목업에 비해 좀더 단순한 형태의 샘플을 만드는 것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캐파(CAPA) 고객 중에는 “시제품을 3D 프린팅으로 만들어본 뒤 CNC 가공을 이용해 목업을 제작했다”고 말씀하신 분도 있습니다. 좀더 단순한 형태로 시제품을 만들어본 뒤 양산에 앞서 좀더 정밀하게 목업을 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제품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만드는 ‘워킹목업’은 ‘프로토타입’이라고도 부릅니다. 

 

현장에서 시제품과 목업은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됩니다. 대신 목업을 디자인목업(design mock-up)워킹목업(working mock-up)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전자가 단순히 형태만 보기 위해 제작하는 방식이라면, 후자는 제품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만드는 것입니다. 워킹목업은 부품이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는지 등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디자인 목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교하게 제작해야 합니다. 워킹목업을 가리켜 ‘프로토타입(prototype)’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를 좀더 세분화해 단순히 크기나 형태만 파악할 목적이라면 ‘소프트목업, 구조나 색상 등 디자인에 주안점을 두고 수정할 목적이라면 ‘디자인목업’, 조립이나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워킹목업’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Q) 목업 제작시 CNC, 3D 프린팅 중 어느 쪽이 좋을까요?

요즘엔 3D 프린팅으로 목업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3D 프린팅은 적은 수량을 상대적으로 싼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정밀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이 때문에 앞에서 소개한 캐파(CAPA) 고객처럼 3D 프린팅을 이용해 초보적인 형태의 목업을 만든 뒤 CNC 가공을 이용해 보다 실제 제품에 가까운 목업을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목업. <사진: 에이팀벤처스>

하지만 최근엔 3D 프린팅 기술이 발달하면서 가공방식에 따라서는 3D 프린팅이 품질 면에서 CNC 가공과 구별이 어려운 수준에 이르기도 했다는 평가입니다. 실제로 한 캐파(CAPA) 파트너업체 관계자는 “얼마 전에 직원이 가져온 목업을 보고 당연히 CNC로 가공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SLA(광경화수지조형)  방식의 3D 프린터로 만든 것이었다”며 “갈수록 3D 프린팅 기술이 정교해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Q) 목업이 여러 개 필요한데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야 할까요? 

목업의 주요한 제작 목적이 양산을 염두에 두고 문제점을 찾아내기 위함인 것은 맞지만 때로는 다른 용도로 목업을 제작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특허 등록 등을 위해 목업을 제작하거나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여러 개를 제작해 여러 군데 나눠주기도 합니다. 규모가 큰 조직에서 여러 팀이 프로젝트에 관연하고 있다면 목업을 여러 개 제작해 각 팀마다 배분해 문제점을 검토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목업을 여러 개 제작해야 하는 경우엔 보다 가격이나 효율성을 고려해 ‘진공 주형’ 방식으로 목업을 제작하기도 합니다.

실리콘 주형 방식으로 제작된 치아 교정기

실리콘 주형법이라고도 불리는 진공 주형은 실리콘을 이용한 임시 금형을 신속하게 만들어낸 뒤 여러 개의 목업을 찍어내는 방식입니다. 먼저 CNC나 3D 프린터를 이용해 대표 목업을 하나 만들고, 이 목업을 활용해 실리콘으로 형틀을 만듭니다. 형틀이 완성되면 내부에 액상 소재와 경화제를 혼합한 재료를 형틀에 주입한 뒤 굳혀서 목업을 얻어내게 됩니다. 진공 주형에 사용되는 형틀은 하루 이틀 만에도 제작할 수 있고, 한번 만들면 보통 10~20번 정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3D 프린팅이나 CNC보다 신속한 제작이 가능합니다. 물론 정밀성은 목업을 하나씩 제작할 때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대략적인 제품의 형태를 가늠하는 디자인 목업에 적합한 제작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도움말이민형 티어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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