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빠르고 간편한 온라인 제조 외주 플랫폼입니다.” ‘이코노미조선’이 5월 31일 만난 고산(46) 에이팀벤처스 대표는 회사의 핵심 비즈니스 ‘캐파(CAPA)’를 이렇게 설명했다. 캐파는 산업용 기계나 부품이 필요한 업체와 이를 공급하는 제조 업체를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서비스다.
에이팀벤처스는 ‘한국 첫 우주인 후보’로 알려진 고산 대표가 2014년 창업했다. 현재까지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누적 기준 약 9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고 대표는 “제조 생태계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 네이버, 쿠팡 등 강력한 플랫폼이 있지만, 제조 플랫폼은 없다”며 “이런 상황은 해외도 마찬가지이고 에이팀벤처스의 캐파를 글로벌 온라인 제조 플랫폼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캐파의 경쟁력은
“고객이 원하는 부품을 제조하는 업체를 빠르게 찾을 수 있다. 또 여러 회사가 제시한 제조 단가를 쉽게 비교할 수 있다. 기업이 캐파에 원하는 산업용 기계나 부품 도면을 올리고 견적을 문의하면, 바로 캐파에 가입한 제조사로 알림 메시지가 발송된다. 고객은 제조 업체가 올린 1차 견적을 비교한 뒤 업체를 선택하고, 이후 고객과 제조사가 견적을 조율할 수 있다. 고객과 제조사의 협업도 가능하다. 고객이 올린 3차원(3D) 도면을 자유자재로 돌려보며 채팅 등을 통해 품질을 높일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 전국 산업단지공단에 있는 1800여 개 제조사가 캐파를 통해 외주 제작을 해준다.”
Q. 주요 고객은
“중소·중견기업이다. 중소기업은 제조 파트너사를 관리하는 것 자체가 비용이다. 이들은 한 번 거래 하기 시작하면 파트너사를 잘 바꾸지 못한다. 좋은 부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받고 있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파트너사를 바꿔야 한다. 또 비슷한 품질이면 단가가 더 싼 곳으로 바꾸고, 사업을 확장하려면 새로운 부품도 공급받아야 한다. 그런데 네트워크 한계가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캐파를 이용하면 쉽게 좋은 파트너사를 찾을 수 있다.”
Q. 제품 도면이 없는 개인, 기업도 캐파를 이용할 수 있나
“도면을 가진 고객이 대부분이지만, 사업을 막 시작하는 단계라면 도면이 없을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우리가 도면을 설계해주고 있다.”
Q. 코로나19 상황에서 온라인 제조 플랫폼 비즈니스 효과가 꽤 있을 것 같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거래가 늘어난 것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보다는 과거 발품을 팔며 제조 파트너를 찾던 기업이 이제는 온라인으로 빠르고 쉽게 파트너를 찾으려는 니즈가 더 많이 작용한다. 고객과 제조사가 직접 만나거나, 도면을 이메일로 보낸 후 이를 보면서 전화로 이야기하는 게 보통인데, 캐파를 이용하면 만날 필요도, 전화할 필요도 없다. 현재까지 누적 1만 개 기업이 캐파 서비스를 이용했다. 캐파를 통해 들어오는 견적 요청은 1주일에 100건을 넘어섰다.”
Q. 3D프린터 제조업체로 시작했다
“창업 초기에는 3D 프린터를 제작했다. 3D 프린터로 누구나 원하는 걸 쉽게 만들 수 있는 제조 시장의 혁명을 꿈꿨다. 그러나 3D 프린터는 일부분이란 것을 알았다. 이후 제조를 직접 하는 게 아니라, 온라인 제조 서비스로 비즈니스 방향을 전환했다. 처음에는 고객이 원하는 부품을 우리가 제공했다. 직접 만드는 것은 아니고, 부품 만드는 제조사를 찾아 이들이 만든 부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서비스였다. 하지만 연결 작업에 비용이 많이 들어 모든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웠고, 고객과 제조사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인 캐파를 지난해 9월 시장에 내놨다.”
Q. ‘우주인 후보’에서 플랫폼 CEO로
고산 대표를 ‘한국 첫 우주인 후보’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고 대표는 2006년 3만6000 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후보 2인에 뽑혀 이름을 알렸다. 최종 1인에 들지 못했지만, 그는 여전히 ‘3만6000 대 1의 사나이’로 기억된다. 이후 고 대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2년간 정책기획부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면서 한국 과학 기술 정책을 주도하는 리더를 꿈꿨다. 2010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공공정책대학원에 입학한 것도 이를 위한 과정이었다.
그러나 고 대표는 케네디스쿨 입학 전 실리콘밸리 싱귤래러티대(창업지원기관)에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듣고, 스타트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2011년 한국으로 돌아와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타이드 인스티튜드(TIDE INSTITUTE)’를 설립했다.
고 대표는 “한국 청년들도 미래 기술을 연구하고 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며 “미국의 싱귤래러티대 같은 기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에이팀벤처스를 창업하며 타이드 인스티튜드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현재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Q. 타이드 인스티튜드는 현재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 제조업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개발 공간인 ‘팹랩(Fablab·공공 제작소)’을 제공하고 혁신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미얀마·라오스·키르기스스탄 등 주변 개도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캐파의 고객-제조사 매치 서비스를 보다 고도화하고 있다. 알고리즘이 3D 도면을 인식해 작업 난이도와 비용을 자동으로 판단하는 기술을 업그레이드 중이다. 이를 위해 고객과 제조사의 데이터도 구축하고 있다. 현재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고객이 원하는 제조사를 연결할 수 있다. 또 국내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다진 뒤 해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박용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