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대만 안보를 보장한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국가 운영 철학은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그는 자국 미래가 기술, 그 중에서도 반도체에 달려있다고 보고 관련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대만 전체 수출액의 37%, GDP(국내총생산)의 18%를 반도체가 차지했습니다.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의 시가총액은 지난 2019년 삼성전자를 제쳤고 갈수록 시장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이처럼 대만이 우리나라 못지 않은 반도체 강국이라는 사실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대만이 반도체 못지 않게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공작기계 분야입니다.
대만은 공작기계 생산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CNC(컴퓨터수치제어) 공작기계 산업을 고부가가치 기계 산업으로 육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만은 정부 출연연구소인 ‘ITRI(Industrial Technology Research Institute)’에서 5축 제어기를 개발했는데, 이를 대만 공작기계 업체에서 활용 중입니다. 스마트 생산시스템에도 자체 개발한 제어기를 활용할 정도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부와 민간기업이 손발을 맞추며 공작기계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3강 주도 글로벌 CNC 시장, 누가 그 뒤를 잇나
CNC 공작기계 생산은 일본 화낙, 독일의 지멘스, 하인덴하인 등 3곳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3강 외에 우리나라와 중국, 대만이 그 뒤를 잇는 순위 다툼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시장은 전통적으로 DN솔루션즈(옛 두산공작기계), 화천기공, 현대위아 등 토종 CNC 업체들의 강세가 뚜렷했지만, 최근엔 일선 현장에서 대만산 CNC 기계를 사용하는 업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수입산 중에서는 중국산 CNC 공작기계가 많이 사용됐습니다. 여전히 제조 현장에서는 중소업체들을 중심으로 중국산 CNC가 많이 사용되지만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합니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중국산 CNC기계를 들여놨지만 기본적인 성능을 비롯해 AS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게 대만산 CNC 공작기계입니다.
대만산 CNC 전문업체 가운데서는 ‘하트포드(Hartford)’가 대표적인 업체로 꼽힙니다. 하트포드는 지난 1965년 설립된 대만 최대 머시닝센터 전문업체입니다.
주요 제품군을 살펴보면 △버티컬 머시닝센터 △문형 머시닝센터 △호리젠탈 머시닝센터 △5면 5축 가공기 △전략적 특화기종 등으로 구분됩니다. 머시닝센터 전문 업체 답게 머시닝센터를 중심으로 국내 제조업 현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대만 ‘하트포드’, 머시닝센터 앞세워 국내 시장 공략
하트포드는 3개 계열사와 함께 해외에 25개 지사를 두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하트포드오토메이션’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 총판을 담당하는 고재범 대표를 중심으로 영업망을 넓히고 있습니다.
하트포드는 지난 1998년부터 머시닝센터를 국내에 처음 출시, 이후 10여년 간 300여대를 공급하는 등 꾸준히 판매량을 올리고 있습니다.
한국지사 본사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공장은 경기도 화성시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광주, 수원, 대구, 부산 등에 여러 지점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국내에서 20년 이상 활동하면서 영업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확보했다는 평가입니다.
하트포드의 약진은 현장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납니다. 여전히 국내 제조 공장에서는 두산공작기계, 화천기공, 현대위아 등의 모델이 주를 이루지만, 언제부턴가 한편에서 보라색의 ‘Hartford’ 로고를 발견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반도체 이어 CNC도 대만 굴기?
국내 제조업계에선 하트포드 제품이 중국산보다 성능이 뛰어나면서 AS도 괜찮고 가격 경쟁력 또한 갖췄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아직까지 국내 CNC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고 있어 머지 않아 국내 주요 CNC 업체들을 긴장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하트포드는 지난 5월 23일부터 27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국내 최대 생산제조기술 전시회 ‘SIMTOS(심토스) 2022’에도 참가했습니다. 행사장에 자체 부스를 마련해 주력인 각종 머시닝센터를 선보여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머지 않아 대만의 반도체 굴기에 이어 ‘CNC 굴기’라는 표현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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