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세계 최대 SNS 서비스 ‘페이스북’은 1년 여 전 회사명을 ‘메타’로 변경했습니다. 지난 2004년 창업해 세계에서 가장 친숙한 브랜드가 돼버린 페이스북이란 이름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죠. 이같은 결정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메타란 새 사명에는 기존 소셜 미디어 산업을 넘어 ‘메타버스’란 가상현실(VR)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나간다는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야심이 담겨 있습니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메타로 사명을 바꾼 후 가상현실 관련 연구개발 등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새로운 정체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메타가 지난 연말 깜짝 소식을 알렸습니다. 네덜란드 스마트렌즈 전문기업 ‘럭섹셀(Luxexcel)’을 인수했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럭섹셀은 ‘3D프린팅’을 이용해 렌즈를 제조하는 비전플랫폼(VisionPlatform)이란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언론들이 럭섹셀을 3D프린팅 회사로 소개하며 ‘메타가 3D프린터 사업에 진출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등의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가상현실 분야의 선두주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메타가 3D프린팅 회사를 인수한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요?
럭섹셀, 스마트렌즈에 3D프린팅 기술 도입
먼저 럭섹셀이란 회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2009년 설립된 럭섹셀은 3D프린팅을 이용해 자동차, 항공우주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필요한 렌즈를 양산해왔습니다. 특히 지난 2016년부터 안경 산업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진행했고 2021년 ‘비전플랫폼’이란 이름의 스마트렌즈 제조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스마트렌즈란 렌즈에 AR, VR 기능을 넣어 디스플레이 형태로 보여주는 기술을 말합니다.
비전플랫폼을 통해 제조되는 스마트렌즈는 3D프린팅 기술을 통해 수십억 개의 아크릴 수지 방울을 정밀하게 ‘증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렌즈를 제조할 때처럼 표면을 갈거나 광택을 내는 등의 별도 후가공을 거칠 필요가 없습니다. 이처럼 공정을 최소화해 제품 양산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임으로써 경쟁력을 높인 것이죠.
럭섹셀은 2022년 프리즘 어워즈(Prism Awards)에서 증강 및 가상현실 부문 수상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프리즘 어워즈는 국제광공학회(SPIE)가 시중에 나와있는 광학·포토닉스 제품들 가운데 기술적 혁신을 이룬 기업에 수여하는 상입니다. 3D 프린팅으로 스마트렌즈를 제조하는 비전플랫폼의 방식이 전문가 단체로부터 혁신성을 인정받은 셈입니다.
AR 분야 경쟁력 보유, 과거 공동개발로 실력 검증 마쳐
이처럼 럭섹셀의 비전플랫폼은 3D프린팅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AR(증강현실) 분야에서 남다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존의 AR 기기에서 AR 기능을 별도의 안경 프레임에 장착했던 것과 달리, 이를 렌즈 자체에 통합함으로써 사용자의 편리성과 제품의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런 점이 사명을 메타로 변경하고 스마트글래스나 스마트워치 같은 전자기기 생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메타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는 분석입니다. 앞서 메타는 지난 2014년 VR(가상현실) 헤드셋 전문업체인 ‘오큘러스’를 인수했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중국 내 생산 비중이 높다는 점이 최근 갈수록 악화하는 미중 관계 속에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 생산 지역을 다각화할 필요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이미 메타는 지난 2020년 럭섹셀과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해 1인칭 시점에서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AR 글래스를 개발한 바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럭섹셀의 3D 프린팅 기술력을 직접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었던 점도 이번 인수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메타는 이번 인수를 발판 삼아 AR 글래스 개발을 한층 고도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명까지 ‘메타’로 변경한 마당에 기술력을 앞세워 VR 시장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최근 ‘ 퀘스트 시리즈’를 앞세워 VR 기기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 애플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메타는 현재 전체 VR 기기 시장에서 90% 가량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애플도 현재 2건 이상의 가상현실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맹추격에 나설 기세입니다. 이번 럭섹셀 인수로 메타가 올해에도 가상현실 시장에서 애플을 따돌리고 주도적인 지위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양산 늘어나는 3D프린팅, 친환경 제조방식으로도 각광
이번 럭섹셀 인수로 새삼 주목을 받긴 했지만, 메타가 3D프린팅 기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 일이 아닙니다. 사명을 메타로 변경하기 이전인 지난 2020년 하반기, 당시 AR, VR 기기 개발을 담당했던 페이스북 리얼리티 랩(Reality Lab)에선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VR 게임 장갑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도 메타는 게임 컨트롤러용 장비를 3D 프린팅으로 제작해 시장에 내놨습니다.
이처럼 첨단 기술 분야에서 3D프린팅이 활용되는 사례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3D프린팅 기술의 발전으로 그동안 시제품 제작 위주로 사용됐던 3D프린팅이 렉섹셀의 사례에서처럼 양산에도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미국의 유명 경제매거진 포브스(Forbes) 등에선 지난해 3D프린팅을 ‘제조업 분야에서 가장 주목되는 10가지 미래 트렌드’로 소개했습니다.
또한 적층 제조 방식인 3D프린팅은 버려지는 재료가 적기 때문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바람을 타고 친환경 제조 방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올 한해 3D프린팅 기술이 또 어떤 바람을 몰고 올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