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기계는 ‘기계의 어머니’로 불립니다. 금속을 가공하는 거의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수작업으로 작동하는 단순한 선반, 밀링기 등을 시작으로 경제 발전의 기틀을 다졌고 이후 공작기계 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이제는 지능형 공작기계를 생산할 정도로 산업적 역량이 강화됐습니다. 국내 대표적인 공작기계 생산업체들의 면면을 캐파(CAPA)가 짚어봅니다.
두산공작기계는 국내 대표 공작기계 업체입니다. 산업용 공작기계를 제조, 판매하고 있습니다. 본사와 공장은 경상남도 창원시에 위치한 창원국가산업단지 안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난 1976년 설립 후 50년 가까이 머시닝센터, 터닝센터 등 자동화 공작기계를 제조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1976년 설립된 국내 공작기계 ‘맏형’, 3차례 주인 바뀌어
두산공작기계의 전신은 대우중공업(현 현대두산인프라코어)입니다. 1976년 대우중공업 공작기계사업부로 업계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이후 대우그룹이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를 계기로 해체되면서 한동안 혼란을 겪다가 지난 2005년 두산그룹의 품에 안겼습니다. 그러나 새 주인을 찾은 이후에도 상황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지난 2016년 자금난에 휩싸였던 두산인프라코어가 1조1300억원의 매각대금을 받고 공작기계 사업부문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에 넘긴 것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부는 MBK파트너스를 주인으로 만난 뒤 두산공작기계로 재탄생했습니다. 사업부에서 독립적인 사업회사가 된 셈입니다.
이후 2021년 또 한 차례 변화를 맞았습니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두산공작기계 지분 100%를 자동차배터리 업체인 디티알오토모티브에 매각한 것입니다. 인수금액이 2조946억원에 달하는 빅딜이었습니다. 비록 주인은 바뀌었지만 상표권자인 ㈜두산에 상표권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두산’이란 타이틀을 여전히 유지 중입니다.
사업부문은 공작기계사업부로 단일 사업부입니다. 창원을 중심으로 해외 생산 및 판매 거점을 갖고 있습니다. 산하에 Doosan Machine Tools America Corporation(미국), Doosan Machine Tools China Co.,Ltd.(중국), Doosan Machine Tools Europe GmbH.(독일), Doosan Machine Tools India Private Limited(인도) 등 총 4개의 종속기업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생산기종 다양해 ‘CNC백화점’ 별칭, 자동차 비중 높아
두산공작기계의 주력 제품은 각종 CNC 설비입니다. 구체적으로 △터닝센터 △머시닝센터 △스위스 턴 △NC 보링 △문형 머시닝센터 △자동화 △소프트웨어 △테크놀로지 등으로 나뉩니다. ‘CNC 백화점’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설비를 생산합니다. 이들 설비는 자동차산업을 비롯해 항공산업, 정보통신(IT)산업, 에너지산업 등에 주로 쓰입니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비중이 높습니다.
터닝센터의 제품군이 가장 다채롭습니다. 2축 수평형, 밀링·서브스핀들 수평형, Y축·서브스핀들 수평형, 다축 터렛 수평형, 알루미늄 휠 가공, 멀티태스킹, 수직형, 트윈 터렛 수직형, 램타입 수직형, 쿼츠 그라인딩 수평형 등 다양한 제품군을 자랑합니다.
터닝센터 다음으로 다양한 제품군을 거느린 부문은 머시닝센터입니다. 탭핑센터, 수직형, 2 스핀들, 금형, 5축 가공, 수평형, 5축 가공 수평형, 5축 가공 프로파일러, 갠트리타입 등 다양한 기종을 보유 중입니다. 이 밖에 각종 자동화 기기는 물론 공정을 간편하게 해주는 다양한 소프트웨어(SW) 등을 판매합니다.
터닝·머시닝센터 등 신제품 잇달아 출시
두산공작기계는 최근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했습니다. 먼저 3축 문형 머시닝센터 ‘DBM 1525s’를 선보였습니다. DBM-s 시리즈는 중대형 부품과 고품질의 금형을 가공하는 데 적합한 구조로, 대칭형 문형구조와 RAM 스핀들의 강력한 절삭을 위해 Z축 박스가이드웨이를 적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번에 출시된 제품은 고강성 유지는 물론 가공 정밀도를 향상시켰다는 평가입니다.
가공영역이 넓고 ATC 옵션이 적용되는 고생산성 터닝센터인 ‘PUMA V9300’ 시리즈도 공개했습니다. 이번 제품은 24인치급 척(chuck, 물림쇠) 사이즈의 고생산성 수직형 터닝센터로, 기존 기종과 비교해 가공 캐파(생산능력)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생산성 및 정밀도가 향상됐을 뿐만 아니라, 자동공구교환장치 옵션을 통해 사용자 편의성 또한 개선했는 평가가 나옵니다.
최근 5~6년 사이에만 두 차례 주인이 바뀌는 등 경영 불안을 겪었던 두산공작기계지만 시장에서는 향후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산업계 전반으로 정밀화, 자동화에 대한 수요가 급부상하면서 최신 공작기계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수요 또한 높아지면서 전통적인 공작기계를 CNC 머신으로 업그레이드하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업계 1위업체로서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해외 의존도 큰 사업구조, 글로벌 업황 호조로 ‘파란불’
두산공작기계의 2020년 매출액은 1조2210억원, 영업이익은 102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매출 1조492억원, 영업익 1777억원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다소 뒷걸음질 쳤지만 꾸준히 1조원대 매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예년과 달리 매출이 줄어든 배경에는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업황 부진,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자리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두산공작기계는 기본적으로 국내 보다 해외 의존도가 큰 편입니다. 권역별 매출 비중은 국내 2731억원, 중국 3091억원, 북미 3010억원, 유럽 2685억원, 기타 694억원 순입니다.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사업 구조가 실제 매출 비중을 통해 확인됩니다. 특히 가장 매출 비중이 큰 중국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습니다.
공작기계 업황은 살아나는 분위기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세계 공작기계시장 규모는 2017년 990억달러(약 116조원)에서 연평균 7.1% 성장해 올해에는 1395억달러(약 16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업황이 개선되면 업계 1위 업체인 두산공작기계의 매출 또한 다시금 날개를 달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