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파 칼럼] ‘소부장’ 강국의 조건

최근 불의의 총격을 받고 유명을 달리한 일본의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재임 당시 우리 정부와 여러가지 정치적인 사안을 두고 갈등을 빚곤 했습니다. 그 중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반발해 일본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핵심 전략물자 3개 품목에 대한 수출을 규제한 사건을 꼽을 수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꼭 3년 전의 일입니다.

일본의 소부장 규제로 드러난 대일 의존도

당시 일본의 사실상 ‘금수’(수출 금지) 조치는 반도체 분야에서 확실히 일본에 우위를 점했다고 생각했던 국내 산업계에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반도체 등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 소위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이라고 하는 핵심 물자의 경우 여전히 대일 의존도가 높고, 그 중 일부는 자급자족이 불가해 일본의 의중에 따라 우리 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는 최근 월간지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19년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 제재를 거론하며 “높은 수준의 제조업은 그 자체로 무기가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반일 감정이 최고조에 이르며 상대적으로 덜 조명됐지만, 다른 한 편으로 일본의 소부장 규제 조치는 우리에게 제조업 강국 일본의 저력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삼성과 소니 같은 대기업 간 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데 대해 우쭐해 했지만, 겉으로 드러난 전선(戰線) 뒤를 일본의 소부장 기업들이 든든히 받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이죠.

소부장 강국 만든 건 특유의 장인정신?

일본은 어떻게 소부장 강국이 되었을까요?
이를 두고 흔히 일본인 특유의 ‘장인 정신’을 비롯해 대를 이어 세월을 이어온 수많은 장수기업들, 치열한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달한 첨단기술 등을 근거로 들곤 합니다.

하지만 일본 소부장 경쟁력을 원천을 파헤친 저서 <포스트 한일경제전쟁>을 쓴 문준선 산업통상자원부 뿌리산업팀장은 이 외에 다른 요인들에 주목합니다.
즉, 전후 ‘일본 경제사회의 역동성’과 대규모 과학기술 투자와 국산화 정책의 뒷받침을 받은 일본 선도기업들의 도전과 압축 성장, 그리고 기존 규칙에 의문을 던진 비주류 기업인들의 반골 기질이 일본 소부장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토대가 되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앞에서 거론한 장인 정신이나 전쟁 경험 등이 일본이라는 나라만의 특수한 요인이라면 역동성과 국가 차원의 지원 등은 다른 나라에서도 따라할 수 있는 보편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정부와 민간이 손발을 맞춰 노력한다면 소부장 강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일본의 금수 조치 이후 일부 소부장 품목은 단기간에 국산화 비율을 끌어올리며 대일 의존도를 크게 낮췄습니다.

캐파, 시장 혁신으로 제조업 기반 뿌리산업 지원

소부장 강국이 되기 위해선 먼저 제조업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뿌리산업’이 그 뒤를 받쳐주어야 합니다. 일본 역시 우리의 뿌리산업에 해당하는 ‘소형재 산업’이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혁신을 거듭하며 여타 제조업의 기반산업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온라인 제조 플랫폼 캐파(CAPA)는 뿌리산업을 비롯한 제조업체들이 손쉽게 새로운 고객을 만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전통적인 제조업에 IT를 결합해 비효율적인 기존 시장(market)을 혁신하고, 중소 규모 제조업체들이 대기업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처럼 제조업 생태계를 혁신하고자 하는 노력이 대한민국 제조업 기반을 튼튼히 하고, 나아가 소부장과 첨단 산업 분야에서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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