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파 스토리] 집을 하루 만에 ‘프린팅’한다고?

자체개발 3D프린터, 자재 이용해 공사기간 획기적으로 단축

아이콘의 대형 3D 프린터 ‘벌칸’ [사진 출처: 아이콘(ICON) 홈페이지]

개별주택서 대규모 주택단지로, 폐자재 줄이며 친환경 각광

 

집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의식주 가운데 하나에 속합니다. 인간에게 집은 반드시 필요한,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지만 옷이나 음식과 달리 누구나 쉽게 집을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주택 부족이 심화하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은 갈수록 자신의 집을 소유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집값에서 땅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지만, 집을 짓기 위해선 땅값 못지 않게 재료와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작지 않습니다. 특히 공사기간이 길어질 수록 비용은 늘어나겠죠. 

 

이러한 점에 착안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기술이 있습니다. 바로 3D 프린터를 활용해 집을 짓는 것입니다. 3D 프린터라고 하면 으레 만들 수 있는 제품의 크기에 제한이 있다고 생각했던 분들에게는 생소하실 텐데요, 이미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곳곳에서 3D 프린터를 이용해 집을 ‘출력’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집을 ‘짓는다에서 ‘프린팅한다’로, 집 짓는 개념을 변화시키고 있는 다양한 3D 프린팅 회사들을 소개합니다. 

 

 

① 3D 프린팅 주택을 대표하는 ‘아이콘(ICON)’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아이콘(ICON)은 로봇 공학과 소프트웨어 공학을 접목해 새로운 건설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고 있습니다. 아이콘의 역량은 3D 프린팅 건축에 맞게 제작된 벌칸(Vulcan)이라는 3D 프린터에 집약돼 있습니다. 

 

벌칸은 두 개의 평행한 축을 따라 기계가 이동하면서 작업하는 ‘갠트리 방식(Gantry System)‘으로 작동합니다. 짓고자 하는 집의 규모에 따라 폭을 조절할 수도 있고 설계나 출력이 가능하도록 최적화된 산업용 제어 소프트웨어를 사용합니다. 실제 벌칸을 이용해 집을 만들면 약 56평 규모 주택의 내외부 골조를 일주일 만에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아이콘의 또 다른 역량은 맞춤형 ‘재료’입니다. 기존의 건축용 시멘트는 3D 프린팅 재료로 사용하기엔 부적합하기 때문에 기존 콘크리트보다 저렴하면서도 튼튼한 ‘라바크리트(Lavacrete)’를 사용합니다.

 

아이콘은 사회 주택 회사인 에찰레(Echale), 비영리단체인 뉴스토리(New Story)와 함께 멕시코의 빈민 지역인 타바스코 주에 3D 프린팅 주거단지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지급하고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노숙자들을 위한 건물을 만들어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어 ‘이스트 17번가 레지던스(East 17th Street Residence)’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최초의 3D 프린팅 주택을 공급하면서 대표적인 3D 프린팅 건설 회사로 부상했습니다. 회사명이 말해주듯, 3D 프린팅으로 집을 만드는 회사의 ‘아이콘’이 된 셈입니다.  

 

② 감당할 만한 가격의 예쁜 집, ‘마이티빌딩’ 

미국 오클랜드에 위치한 스타트업 마이티빌딩(Mightybuildings)은 최근 3D 프린팅 건축 분야에서 많은 특허를 출원하면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최근엔 부동산 개발업체인 팔라리 그룹(Palari Group)과 함께 올해 완공을 목표로 미국 최초의 ‘친환경 3D 프린팅 주택단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로봇과 3D 프린터를 함께 사용해 주택을 만듭니다. 일반 주택보다 가격이 평균적으로 45%나 저렴하고 완성된 집에서 필요한 모든 에너지는 태양열과 배터리를 이용해 공급한다고 합니다. 또한3D 프린터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LSM(Light Stone Material)이라고 불리는 열경화성 수지를 재료로 이용합니다. 이 재료는 자외선에 노출되면 단단해지는 특성을 가집니다. 

 

마이티빌딩의 미션은 ‘아름답고 지속가능하며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집을 만드는 것입니다. 회사측은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전통적인 방식의 집짓기보다 노동력을 95%나 절감하면서 2배나 빠르게 집을 지을 수 있으며, 폐기물은 10배나 적게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③ 세계 최초로 사람이 입주, ‘프랑스 낭트대학교’ 

2018년 프랑스에서는 세계 최초로 3D 프린터로 ‘프린팅’한 주택에 실제로 사람이 입주해 살기 시작했습니다. 이 주택은 프랑스 낭트대학교가 만들었습니다. 침실이 네 개 있는 단독 주택 형태로, 단 이틀 만에 골조를 완성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단독주택을 만들기 위해 건축용 3D 프린터인 ‘배티프린터’가 동원됐습니다. 또한 길이 4m짜리 로봇팔이 설계도를 따라 벽면을 쌓아 올렸습니다. 다만 3D 프린팅으로 만든 대부분 주택처럼 내부의 인테리어나 창문을 만드는 일은 3D 프린터로 작업할 수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내부 작업 등에 추가로 넉 달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고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집은 환기나 난방이 우수하고 효율적인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실제로 5인 가족이 거주하게 되었습니다. 

④ 2층주택을 한자리에서 인쇄, ‘캄프씨(Kamp C)’

벨기에 앤트워프에 위치하고 있는 지속가능건축생활센터 캄프 씨(Kamp C)3D 프린터 제작업체인 코보드(COBOD)와 함께 높이 무려 8미터에 달하는 2층 주택을 만들어냈습니다.

 

앞서 아피스 코어(Apis Cor)라는 3D 프린팅 건축업체가 두바이에 2층짜리 사무실 건물을 만든 적은 있지만 현장에 3D 프린터를 배치해 구조물을 조립해가면서 완성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캄프 씨 주도로 만들어진 2층 주택은 면적이 90제곱미터가 넘는데다, 무엇보다 건물 전체를 한 자리에서 한 번에 프린팅해서 완성시켰습니다. 이같은 방식으로 만든 최초 사례라고 합니다.

 

다만 해당 건물은 유럽에서 향후 3D 프린팅 주택의 가능성을 알아보려는 목적으로 지은 것이어서 실제로 사람들이 입주해 생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시도를 통해 향후 건축과 건설에 대한 방향을 바꿀 수 있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물론 위의 사례들보다 더 많은 사례가 있지만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만 꼽아봤습니다. 앞으로는 3D 프린터로 건물을 만드는 일은 점점 더 발전하고 흔해질 거라 생각됩니다.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주택 공급이 불평등한 모든 곳에 해결 방안으로 떠오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해서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완전한 대중화와 상용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3D 프린팅 건축과 연관된 여러 규정도 정립해야 하고 당장 건축, 건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자리 문제와 관련한 대안도 만들어야 합니다. 미래에 꼭 필요한 기술인건 분명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간다면 캐파에서도 집을 만들기 위한 견적 주문이 들어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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