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룩] 3D프린팅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다

글룩 휴머노이드 로봇

[캐파 파트너 인터뷰] 글룩

온라인 제조 플랫폼 캐파(CAPA)에서는 캐파에서 활동 중인 파트너(제조업체)를 소개해드리는 [캐파 파트너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파트너 인터뷰에 관심이 있다면 content@capa.ai 로 문의해주세요.

경기도 하남 스타필드에 가면 사람 얼굴과 매우 흡사하게 생긴 휴머노이드 로봇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로봇을 전시한 업체는 요즘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 “세상을 놀라게 하라”는 이 회사의 브랜드 철학을 반영하듯 처음 이 로봇을 본 방문객들은 사람의 얼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로봇의 디테일에 감탄을 연발하곤 합니다.

‘젠틀몬스터’ 하남 스타필드 매장에 전시된 휴머노이드 로봇 (출처: 글룩)

사람보다 사람 같은 휴머노이드의 얼굴 등은 3D프린터로 제작됐습니다. 젠틀몬스터의 의뢰를 받아 실제로 3D프린팅 작업을 한 곳은 바로 3D프린팅 제조업체 ‘글룩’입니다. 글룩이 젠틀몬스터의 휴머노이드 얼굴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유튜브 영상은 공개된 지 1년 만에 조회수가 무려 5000만 회를 넘었습니다. 액체 레진이 3D프린팅 공정을 거치자 피부결까지 자연스럽게 구현되었고, 이를 본 국내외 시청자들의 ‘무섭다’, ‘오싹하다’는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글룩은 올해 1월부터 캐파의 3D프린팅 파트너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3D프린팅을 통해 제조산업의 혁신을 선도한다’는 비전을 가진 글룩은 ‘제조업 생태계 혁신’을 꿈꾸는 캐파의 발걸음에 동행하기 위해 파트너로 합류했습니다. 캐파가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글룩 본사에서 홍재옥 글룩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글룩의 3D프린팅 과정을 담은 영상 (출처: 유튜브 ‘세상의 모든 과정’)

무대미술 전공하던 청년, 3D프린터에 반하다

홍재옥 대표는 “3D프린팅으로 창업을 할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며 지난 날을 돌아봤습니다. 대학에서 무대미술을 전공하며 취미 삼아 나무를 조각하곤 했던 그는 어느 날 친구의 소개로 3D프린터를 처음 접한 뒤 충격에 빠졌습니다. 나무 하나를 조각하는 데 꼬박 며칠이 걸리던 작업을 3D프린터는 너무도 쉽고 빠르게 출력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날의 경험은 홍재옥 대표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먼저 3D프린터에 대해 낱낱이 파헤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이를 위해 3D프린터 제조업체에 직접 생산직으로 입사했습니다.

어느 정도 3D프린팅을 이해했다는 판단이 들자 지난 2013년 지인들과 함께 작업실을 차렸습니다. 이것이 글룩의 시작입니다. 당시만 해도 3D프린팅 작업을 외주로 해주는 업체가 극히 드물었기 때문에 글룩은 빠르게 입소문을 탔습니다. 심지어 주문을 하기 위해 제주도에서부터 찾아오는 고객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글룩이 3D프린팅으로 재현한 나이키 최초의 운동화
글룩이 3D프린팅으로 재현한 나이키 최초의 운동화 (출처: 글룩)

차별화된 품질 앞세워 나이키, 현대차 등과 협력

그로부터 10년. 현재 글룩의 포트폴리오는 다양한 분야의 고객들로 가득 찼습니다. 자동차, 의료, 패션 등 특정 산업을 가리지 않고 그야말로 종횡무진입니다. 2022년 한 해 동안 글룩이 진행한 프로젝트만 3,500여 건에 달합니다. 나이키, 현대자동차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대기업들도 글룩을 선택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굴지의 대기업들을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었을까요?

홍재옥 대표는 “글룩은 제품의 퀄리티를 보는 ‘눈’ 자체가 남다르다”고 자부합니다. 특히 미술을 전공한 직원들이 상당수 근무한다는 점도 글룩의 경쟁력입니다. 실제로 유명 미술가들의 외주를 진행하면서 그들의 기준을 충족하는 과정을 통해 결과물의 품질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갔습니다. 까다로운 예술가의 눈높이에 맞춰 작업한 경험은 글룩의 품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입니다.

그 결과 차별화된 품질을 바탕으로 예술 이외에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굵직한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나이키의 디스플레이용 운동화 모델 제작과 현대자동차의 지그 부품 생산 등입니다. 또 3D프린팅 타이어를 의뢰한 한국타이어에서는 신뢰성 및 정밀성 테스트에서 모두 최고점을 받아 지속적인 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글룩 공장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글룩 공장 (출처: 글룩)
글룩 3D프린팅 공장 내부 모습
글룩의 파주 공장 내부 모습 (출처: 글룩)

자동화·대량생산 시스템 구축, 2000평 공장 증설 예정

글룩은 현재 경기도 파주에 SLA 방식의 3D프린터 30여 대를 보유한 공장을 갖추고 있습니다. 3D프린터 공장은 서울 본사에서 원격 관리합니다. 3D모델 데이터 업로드부터 배송까지 모든 과정은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제조 실행 시스템)를 통해 관리되고, 인터넷 서버에 업로드된 명령에 따라 3D프린팅 출력이 진행됩니다.

여기에 다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각 산업 분야와 제조 목적에 따라 맞춤화된 별도의 내부 프로세스를 구축했습니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세팅, 소재 세팅, 3D프린팅 기술 제어, 세척 시스템, 후경화 조건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각각의 과정을 최적화한 것입니다. 새로운 고객이 찾아와도 비슷한 제품을 생산한 이력이 있다면 해당 제품 프로세스를 적용해 빠르게 작업함으로써 리드 타임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자동화 시스템뿐만 아니라 대형출력, 대량양산 또한 가능하다는 것도 글룩의 강점입니다. 글룩이 보유한 3D프린터는 최대 가로 2000cm, 세로 1000cm 크기의 출력이 가능합니다.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갖춘 덕분에 양산 속도도 빨라져 냉장고 크기의 가전류 6~7세트와 1,100여 개의 부품을 일주일 만에 납품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글룩은 현재 공장 부지 옆에 2000평 규모의 공장을 증설할 예정입니다. 또한 AGV(무인운반시스템)와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기술을 도입해 3D 프린팅 작업이 끝나면 로봇이 자동으로 출력물을 옮기고 다음 작업을 진행하게끔 만들어 생산성을 최대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글룩이 제작한 ‘심장 시뮬레이터’ (출처: 글룩)
심장 시뮬레이터를 들고 있는 서울대학병원 김웅한 교수 및 의료진 (출처: 글룩)

의료 분야 3D프린팅 전문 ‘글룩메디컬’ 사업부 신설

글룩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메이커 스페이스’ 기업이기도 합니다. 메이커 스페이스는 제조 분야의 창업 저변 확대를 위해 추진된 정부 사업으로 혁신적인 창작·창업 활동 지원을 위한 공간을 말합니다. 특히 글룩은 의료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2019년 민간 기업 최초로 일반랩에서 ‘특화랩’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글룩은 의료 3D프린팅에 다양한 기술을 융합합니다. 병원에서 CT(컴퓨터단층촬영) 데이터를 다룰 때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3D프린팅 설계에 활용하고 미술업계에서 실사 표현을 위해 사용하는 ZBrush(지브러시) 툴과 특수분장 기술도 적용합니다.

2021년에는 의료 분야 3D프린팅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글룩메디컬’ 사업부를 신설했습니다. 글룩메디컬은 주로 장기 모형이나 눈, 코 등 신체 부위 보철물을 제작합니다. 예시로 서울대학병원 의료진과 협력해 실제 심장과 똑같은 구조로 수술 실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모형인 ‘심장 시뮬레이터’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글룩의 심장 시뮬레이터 기술력은 현재 전 세계 30개국에서 납품 의뢰가 들어올 만큼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금형 생산의 MOQ(최소 주문 수량)가 부담스러웠던 의료계에서 3D프린팅을 통한 완제품 제작을 의뢰하는 일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3D프린팅 공정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출처: 글룩)

3D프린팅이 제조업 주류되도록 인프라 구축 앞장설 것

홍재옥 대표는 10년 동안 글룩을 운영하면서 “여전히 일하는 게 너무 즐겁다”고 말합니다. 3D프린팅 외주를 통해 특정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산업 분야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는 재미가 크기 때문입니다. 이미 많은 고객을 확보했음에도 캐파를 찾은 이유에 대해선 “3D프린팅으로 다양한 제품의 양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바람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글룩이 꿈꾸는 미래는 3D 프린팅으로 제조한 제품과 관련 회사들이 제조업의 주류가 될 수 있도록 돕는 ‘3D프린팅 컴퍼니 빌더’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산업군에서 3D프린팅을 활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사업이 생겨날 수 있도록 업계 선두주자인 글룩이 앞장서겠다는 겁니다. 나아가 3D프린팅 인프라가 고도화되면 글룩이 직접 관련 사업에 투자도 하는 역할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아래는 이 외에 홍재옥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입니다.

글룩 소개 영상 (출처: 글룩)

Q. 구성원 중에 미술 전공자들이 많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도 그랬듯이, 미술하는 사람들이 3D프린터를 처음 보면 강한 인상을 받습니다. 창작을 실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는데 3D프린터가 기대 이상의 퀄리티로 빠르게 구현해주니까요. 그러한 혁신성에 반해서 글룩에 합류한 분들이 많습니다. 한때 글룩 구성원 중 80% 이상이 미대 출신인 적도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저희는 후가공, 채색, 도색 등 완성도 측면에서 퀄리티에 대한 기준이 남들보다 더 높게 잡혀 있습니다.”

Q. 품질 뿐만 아니라 양산에도 일찍부터 관심을 기울인 것 같습니다

“2021년 파주에 처음 공장을 지을 때부터 자동화 시스템을 구상했습니다. 앞으로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는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자동화 시스템을 바탕으로 양산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기술은 이만큼 발전했는데) 아직 3D프린팅으로 양산이 가능한지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 3D프린팅으로 양산을 하려면 가공 및 설계 방법도 (3D프린팅에 적합하도록) ‘3D프린터블하게’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점들을 DfAM(Design for Additive Manufacturing) 컨설팅을 통해 안내해 드리기도 합니다.”

Q. 이미 고객이 많은데 올해부터 캐파 파트너로 가입해 활동하게 된 이유가 뭔가요?

새로운 고객을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이 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캐파는 국내에서 독보적인 제조 플랫폼이기도 하고 평소에 다양한 방식의 가공 방법들을 설명해주는 콘텐츠를 보며 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스타트업도 만나고 싶고, 기존에 다른 가공 방식을 이용했던 분들에게도 3D프린팅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Q. 대표를 비롯한 전직원이 즐겁게 일하는 것 같습니다.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는 게 저의 원동력입니다. 어느 날은 병원 갔다가, 다음 날은 자동차 회사에 갔다가, 또 예술하는 분들을 만나기도 하고요. 저는 3D프린팅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체험해보는 편이에요. 3D프린팅으로 만든 신발도 신어보고 안경도 착용 중이고 며칠 전엔 3D프린팅 기술의 치아 교정도 시작했습니다. 10년을 했으면 지칠 법도 한데 아직도 너무 재미있어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Q. 해외 진출도 계획 중인가요

“현재의 자동화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해서 오는 2027년 미국에 공장을 설립할 계획입니다. 그동안 미국에서 제품을 의뢰한 고객들로부터 좋은 피드백을 받으면서 해외 진출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느꼈습니다. 작년에는 직원들과 함께 미국에 답사를 다녀오기도 했고요. 머지 않아 3D프린팅이 제조업에서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글룩도 이에 맞춰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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