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작기계의 선구자 ‘남선기공’

‘남선기공’은 한국 공작기계 산업을 논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기업입니다. 1950년 설립 후 국내 공작기계 산업을 성장시키는 데 일조한 대표적인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끊임없는 연구개발(R&D)을 통해 각종 CNC 머신을 선보였습니다. 업계에선 독일, 일본과 비교해도 기술력이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며 국내 공작기계 업계의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1950년 설립 ‘만중’ 모태, 주물사업부터 CNC까지

남선기공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회사는 1950년 설립된 ‘만중’입니다. 당시 대전에 터를 잡고 쇳물로 금속제품을 만드는 주물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손종현 남선기공 회장의 아버지인 고(故) 손중만 회장은 주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주물산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공작기계의 대표격인 ‘선반’을 국내 최초로 생산했습니다.

남선기공 주요 제품 [출처: 남선기공]

창업주인 고 손중만 회장은 일찌감치 공작기계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애착을 가졌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공작기계 기술의 불모지였기 때문에 사업 초기엔 ‘밀링’ 명가인 일본 ‘시즈오카’와 기술 제휴를 맺으면서 역량을 강화해 나갔습니다. 이후 1979년 일본과 미국에 선반 40대를 판매하면서 수출 포문을 열었습니다.

남선기공은 공작기계 사업에 진출한 초기부터 해외 진출을 시도하며 일본과 미국에 이어 러시아, 오세아니아, 유럽 등 전 세계적인 판매망을 구축했습니다. 1987년 2대 손종현 회장이 취임하면서부터는 당시 차세대 공작기계로 부상한인 CNC 등으로 제품 다변화를 시도하며 외연을 확장했습니다. 2000년대에는 국내 최초로 5축 가공기를 상용화하며 시장을 이끌었습니다.

공작기계 산증인, 3대째 가업 유지…‘100년 기업’

현재 최대주주는 손종현 회장의 아내인 이동희씨입니다. 전체 지분의 26.24%를 보유 중입니다. 손 회장 본인은 9.94%, 장남인 손유구 대표는 7.35%를 갖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남선기공의 특수관계인으로서 ㈜만중이 20.95%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만중과는 꾸준한 거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선기공 5축 CNC 라인업 [출처: 남선기공]

이처럼 남선기공은 손중만 초대회장(할아버지), 손종현 회장(아버지), 손유구 대표(손자)까지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직계뿐 아니라 친인척들도 관련 업계에 종사한다는 점입니다. 

이들 중에는 최근 대세 배우로 떠오른 손석구씨가 있어 눈길을 끕니다. 손씨의 아버지인 손종관씨는 손종현 남선기공 회장의 동생입니다. 손석구씨한테는 손종현 회장이 큰아버지입니다. 손석구씨 본인도 ‘지오엠티’라는 공작기계 업체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남성기공은 오랜 전통만큼이나 업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기업입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에도 대기업 계열사들이 즐비한 한국공작기계협회 부회장사를 맡고 있습니다.  또한 대전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향토기업의 입지를 다진 덕에 손 회장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현재 ‘100년 기업’을 목표로 혁신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출처: 남선기공]

‘5축·범용장비·CNC머신·전용기’ 주력 생산

사업장은 대전 대덕구 읍내동 대전 제1일반산업단지 안에 위치합니다. 이곳에서 주요 제품들을 생산하고 전국 영업망을 통해 판매합니다. 또한 유럽, 러시아, 북미, 남미, 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지역 등 총 22개국 해외판매망을 통해 수출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돈 많은 기업은 망할 수 있어도 기술 있는 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경영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주요 제품은 크게 △5축 가공기 △범용장비 △CNC 머신 △전용기로 나뉩니다. 
우선 5축 가공기는 ‘SPHINX-5X’ 시리즈로 불립니다. 제품 역량과 옵션에 따라 5X 뒤에 30, 53, 70, 100, 160 등을 붙이며 제품을 분류합니다. 이동 거리, 테이블 사이즈, 스핀들 속도, 모터 회전력 등에서 차이를 두고 있습니다.

남선기공 최근 실적 추이

범용장비는 수직·수평 밀링머신이 주를 이룹니다. 구체적으로 자동공구 탈착형, 복합형 등이 있습니다. 또한 보링머신, 드릴링머신, 범용선반 등이 있습니다. CNC 머신은 넓은 절삭 영역을 갖춘 수직형 머시닝센터를 비롯해 금속가공과 패턴가공이 가능한 CNC 밀링기가 대표적입니다. 이 밖에 풍력·원자력 산업의 대형 부품을 가공하는 링 전용 가공기가 있습니다.

최근 수년 적자 지속, 100년 기업 거듭날까

최근 경영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남선기공은 지난 2020년 매출액 62억원, 영업손실 14억원을 기록하며 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수 년째 매출은 줄어들고 적자는 늘고 있습니다. 2015년 순이익을 기점으로 이듬해부터 적자 전환해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남선기공 주요 재무지표

재무구조도 악화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공개된 2019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자산총계 105억원 가운데 자본은 29억원, 부채는 76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2015년에만 해도 자본 총계가 약 90억원, 부채는 약 54억원으로 자본이 부채의 2배 가까이였다는 점을 감안하며 최근 경영 상황 악화가 재무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공작기계 시대를 연 원조 공작기계 업체 남선기공. 창업 이래 IMF 외환위기 등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냈던 남선기공이 현재의 어려움을 딛고 100년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지난 ‘공작기계업 돋보기’ 기사 보기] 

– CNC자동선반 전문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
– 대형공작기계 전문 ‘한국정밀기계’
– CNC자동선반 국내 1위 ‘한화정밀기계’
– 공작기계 국산화 이끈 해방둥이 ‘화천기공’
– 현대차그룹의 숨은 강자 ‘현대위아’ 
– 반세기 전통의 CNC 명가 ‘두산공작기계’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