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캐파(CAPA)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이팀벤처스 콘텐츠팀의 엘라입니다. ‘제조 알못의 제조공법 탐험기’는 제조 문외한인 제가 제조에 대해 보다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기획한 콘텐츠입니다. 우리가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몰랐던 일상 속 생활용품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 소개하는 제조공법 탐험기, 오늘은 여섯 번째 순서로 붕어빵 기계를 만드는 사형 주조 공정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겨울이 되면 항상 지하철역 출입구를 기웃거리게 됩니다. 붕어빵을 파는 가게를 찾기 위함이죠. 우스개 소리로 ‘겨울에는 항상 가슴 속에 3천원을 지니고 다녀야 한다’라는 말을 종종 듣곤 합니다. 붕어빵 사먹으면서 카드로 결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죠.
현금 사용 횟수가 점점 줄어들면서 실물 지폐를 들고 다니지 않는 데 익숙해졌지만 겨울에는 의식적으로 현금 3천원 정도는 지니고 다닙니다. 요즘은 계좌이체로 돈을 받는 가게들이 늘어나고 있다니 머지 않아 이런 쌈짓돈마저 필요 없어지는 날이 올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최근엔 예전만큼 붕어빵을 파는 가게들이 많지 않아서 붕어빵 가게를 찾아주는 어플도 나왔다니 이와 같은 시대의 변화 속에서 붕어빵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붕어빵과 주조, 만드는 방식만 놓고 보면 ‘붕어빵’
붕어빵을 사려고 기다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붕어빵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처럼 주변에서 쉽게 구경할 수 있는 붕어빵 제조 과정이 대표적인 제조 공법과 몹시 닮아있다는 점을 눈치채셨나요?
실제로 붕어빵 제조 과정은 ‘주조’ 공법을 설명할 때 예시로 많이 사용됩니다. ‘주조’는 액체 상태의 재료, 즉, 쇳물을 형틀에 부어 ‘주물’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여기서 액체 상태의 재료를 붓는 틀을 ‘주형’이라 합니다. 붕어빵을 만드는 과정에 빗대 설명하자면 붕어빵 모양을 만드는 틀이 주형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주형에 해당하는 붕어빵 틀에서 만들어진 붕어빵은, 바로 ‘주물’이 됩니다.
(구체적인 주조 방식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다면 주조(鑄造), 문자 발명 이전부터 사용된 제조의 ‘원조’ 글 참조)
1500도 넘나드는 쇳물, 누가 감히 감당할까
붕어빵을 만드는 과정이 주조와 흡사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붕어빵을 만들어내는 붕어빵 틀, 즉 붕어빵 기계는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질까요? 공교롭게도 붕어빵을 만들어내는 틀 또한 주로 ‘주조’ 공법 중 하나인 ‘사형 주조’의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주조 참고)
‘사형 주조’는 금속을 주조하는 방법 중 가장 오래된 방식입니다. 위아래 2개의 상자를 모래나 흙 등으로 채우고 그 사이에 모형(패턴)을 위치시킵니다. 모래를 단단하게 다진 후 모형을 제거하면 모형의 형태를 따라 빈 공간이 생기게 되겠죠. 이 공간에 쇳물을 부은 뒤 식히면 애초 모형을 닮은 제품(주물)이 만들어집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제조 방식 중 하나임에도 여전히 적지 않은 제품들이 사형 주조 방식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사형주조는 제품을 제작하는데 크기 제한이 거의 없어서 만들 수 있는 제품의 종류가 다양합니다. 붕어빵 틀과 형제라고 할 수 있는 와플 기계니 델리만쥬 틀도 사형 주조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주조를 위해 사용되는 쇳물의 온도는 섭씨 1500도를 넘나든다고 합니다. 최첨단 재료가 제조에 사용되는 요즘 세상에도 이처럼 뜨거운 쇳물을 버틸 수 있는 최적의 재료로는 수 천년 동안 변함 없이 모래(흙)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보통 모래와 돌, 석탄 가루 등을 적절히 섞은 흙을 사용하는데요, 이렇게 만들어 낸 흙에 붕어빵 모형을 넣고 다진 뒤 붕어빵 반죽을 붓듯이 쇳물을 부으면 붕어빵 대신 붕어빵 틀이 나오게 됩니다.
붕어빵 틀이 어떻게 제조되는지 공부했으니 붕어빵 세 마리 정도는 혼자서 먹을 자격이 충분하겠죠? 이제 본격적으로 겨울이 되었는데 붕어빵은 드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라도 붕어빵이 먹고 싶은데 주변에서 찾아 볼 수 없다면 위에 소개해드린 어플을 한 번 사용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혹시 붕어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사형 주조 공법이 떠오르신다면 저와 함께 제조 ‘알못’에서 제조 ‘덕후’가 되어가는 과정이라 생각됩니다. 추운 겨울, ‘가슴 속에 3천원’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