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인터뷰] 한국 첫 우주인 후보서 플랫폼 사업가로… “온라인서 부품 제조 실시간 견적 서비스”

한국 첫 우주인 후보서 플랫폼 사업가로… “온라인서 부품 제조 실시간 견적 서비스”

최근 전국 산단의 제조업체들로부터 인기를 얻기 시작한 온라인 사이트가 있다. 산업용 기계나 부품이 필요한 업체와 이를 공급하는 제조업체를 연결해주는 기업용(B2B) 서비스 ‘캐파(CAPA)’다. 캐파를 통하면 3D 프린팅이나 금형사출 등으로 기계와 부품을 만드는 업체들의 견적을 받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에이팀벤처스의 고산(46·사진) 대표는 “국내 제조업계는 굉장히 크고 탄탄한데, 상대적으로 IT 시스템이 낙후되어 있다”며 “수많은 수요·공급사들이 마음에 드는 파트너를 찾기 위해 입소문과 소개에 의존해야하는 현실을 바꾸고 싶었다”고 했다.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가 산업용 기계와 부품이 필요한 수요업체와 공급업체를 중개하는 플랫폼인 ‘캐파(CAPA)’ 화면이 띄워진 대형 모니터 앞에 섰다. /고운호 기자

 

고 대표는 지난 2006년 3만대 1 경쟁률을 뚫고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후보 2인으로 뽑혀 이름을 알렸다. 이후 최종 1인에 들지 못한 그는 실리콘밸리 싱귤래러티대학교(창업지원기관)에서 10주 코스를 들은 후 스타트업에 뛰어들었다. 에이팀벤처스가 처음 뛰어든 사업은 3D 프린터기 제작·판매였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3D 프린터기 양산에만 2년이 걸렸다. 고 대표는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만드는 것과 실제 양산에 들어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마음에 드는 제조사를 찾기도 어렵고, 견적도 천차만별이어서 비교하기도 힘들었다”고 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오픈한 서비스가 캐파다.

 

에이팀벤처스는 지난해까지 캐파와 유사한 서비스인 ‘크리에이터블’을 운영하다 지난 9월 캐파를 런칭했다. 두 서비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크리에이터블 운영시에는 에이팀벤처스가 견적 문의를 받아 의뢰 후 전달하는 중간 다리 역할을 했지만, 캐파에서는 제조사와 고객사가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디어를 가진 고객이 캐파에 도면을 업로드하고 견적을 문의하면 캐파에 가입한 1100여개 제조사에 알람이 발송된다. 통상 견적 문의 후 한 시간 내에 평균 7군데 제조사에서 견적을 받아볼 수 있다. 고객사와 제조사가 실시간으로 같은 도면을 보며 채팅으로 의견을 나누고 견적을 조율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누적 1만개 사가 캐파 서비스를 이용했다. 고 대표는 “고객들이 남긴 후기를 보면 다양한 견적 비교가 빠르게 가능하고, 실시간 소통이 돼 편리하다는 의견이 많다”며 “제조사 입장에서도 완전히 새로운 고객 수요를 찾을 수 있어 호응이 좋다”고 했다.

 

캐파는 올해 안에 알고리즘이 3D 도면을 인식해 제조 난이도와 비용을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제조사들이 견적을 내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고 대표는 “국내 제조사들은 기술이 우수한데도 활로를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며 “‘뿌리 산업’인 제조업이 IT와 만나 살아날 수 있도록 시스템 효율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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