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알못’의 제조공법 탐험기] ‘텀블러’ 편

안녕하세요! 캐파(CAPA)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에이팀벤처스 콘텐츠팀의 엘라입니다. ‘제조공법 탐험기’는 제조 문외한인 제가 제조에 대해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기획한 콘텐츠입니다. 우리가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몰랐던 생활용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 소개하는 제조공법 탐험기, 오늘은 3편으로 텀블러 제조와 관련된 제조 공법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진 출처: 만화 짱구는 못 말려>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만화 중에 하나인 ‘짱구는 못 말려’에서 짱구는 매일 똑같은 옷을 입지만 어떤 옷을 입을지 항상 고민합니다. 위의 이미지처럼 말이죠. 저도 짱구처럼 매일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하지만 옷만큼 고민하는 게 바로 텀블러입니다. 찬장을 열어보면 4~5개의 텀블러가 있고 매일 아침 ‘오늘은 어떤 텀블러를 가져갈까’ 고민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텀블러는 단순하게 말하자면 보온, 보냉 기능을 가진 스테인리스로 만든 일종의 병(bottle)입니다. 기능만 고려한다면 굳이 여러 개를 사둘 이유가 없겠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예쁜 색상, 독특한 디자인으로 무장한 새로운 텀블러 앞에서 차마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또 하나를 더 사게 됩니다. 스타*스에서 매 시즌마다 내는 MD(상품)가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도 아마 위와 같을 겁니다. 지금 제 책상 위에도 파란색의 텀블러가 있는데요, ‘알못’인 저의 ‘궁금 레이더’에 잡혔습니다.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나오는 텀블러들은 과연 어떤 제조 공법에 따라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그 과정을 하나씩 따라가 보겠습니다.

‘판금 가공’이 기본, 액압성형으로 텀블러 형태 갖춰 

강관(Steel Pipe)

뭐니 뭐니 해도 텀블러의 핵심은 커피 같은 액체가 식지 않도록 보관해주는 데에 있습니다. 텀블러가 오랫동안 커피의 온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내부에 진공 상태의 공간을 만들어 둠으로써 열기(혹은 냉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주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구조는 어떻게 만들까요?

 

아시다시피 보통 텀블러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듭니다. 이때 기다란 봉 모양의 강관(Steel Pipe)을 사용하는데요, 강관을 텀블러 형태로 만들기 위해 ‘액압성형’이라는 공정을 거치게 됩니다. 판금 가공 성형법의 일종인 액압성형은 액체로 엄청난 압력을 가해 원하는 형태를 만드는 방식인데요, 강관에 액체를 가해 텀블러의 형태를 만드는 것이죠. 

 

앞에서 설명한 대로 열을 유지하기 위해선 진공의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크기가 다른 2개의 강관을 이용해 텀블러 내부와 외부 형태를 만듭니다. 편의상 안쪽을 내병(inner bottle), 바깥쪽을 외병(outer bottle)이라고 하는데요, 이 둘은 각각 추가 공정을 거친 뒤 나중에 내병을 외병 안에 넣고 결합하게 됩니다. 

결합에 앞서 각각의 병(bottle)은 텀블러의 형태를 갖추기 위해 병목을 다듬는 네킹(Necking)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텀블러 모양에 따라 잘록한 형태를 갖추는 것은 이러한 공정을 거치기 때문이죠. 아래의 동영상을 보시면 조금 더 이해가 잘 되실 겁니다. 네킹에 이어서 뚜껑을 씌울 부분에 나사 형태를 만들어주는 공정(thread rolling)을 거치면 비로소 안쪽과 바깥쪽 병을 결합할 준비가 마무리됩니다.  

압입 가공, 용접 거쳐 진공 작업 거쳐야 비로소 제기능

이제 안쪽과 바깥쪽 병을 합칠 차례입니다. 외병 안에 내병을 집어넣은 뒤 둘을 결합하면 됩니다. 보통 안쪽 병과 바깥쪽 병은 목 부분에서 빡빡하게 물려 있기 때문에 프레스를 이용해서 눌러주는데, 이를 압입 가공이라고 합니다. 이어서 구멍이 뚫려있는 바닥에 뚜껑을 붙여주고, 입구(머리) 쪽과 바닥을 용접해 안과 밖을 완전히 밀봉합니다. 이렇게 위아래를 모두 밀봉하면 진공 상태의 텀블러가 완성될까요? 

 

아닙니다. 내병과 외병 사이를 진공 상태로 만들어주기 위해선 별도의 진공 기기가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진공 상태를 만들어낸 뒤, 텀블러 내부에 뜨거운 공기를 불어넣어 제대로 진공 상태가 유지되는지 확인합니다. 뜨거운 바람에도 텀블러 외부가 냉랭한 상태를 유지한다면 진공 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는 의미겠죠. 

 

이처럼 텀블러의 핵심인 보온(보냉) 기능을 완성하면 비로소 색상을 입히는 파우더 코팅 또는 스프레이 프린팅의 가공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비로소 미적인 작업에 착수하는 것이죠. 이어서 스크린 인쇄나 레이저 에칭을 통해 다양한 기법으로 만들어진 패턴이나 로고를 병 위에 인쇄하게 되면 텀블러 애호가들이 눈독을 들일 새로운 텀블러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텀블러를 제조하는 과정을 쭈욱 살펴보니 텀블러와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생각보다 길고도 험난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사실 가을 시즌을 맞아 또 새롭게 나온 스타*스의 텀블러를 보면서 ‘어떤 제품을 사볼까’ 살짝 고민을 했었는데 텀블러가 이렇게 복잡한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이미 저희 집 찬장에서 아침마다 저를 기다리는 텀블러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저한테 온 텀블러들을 놔두고 또 다른 텀블러를 구입한다는 건 기존 텀블러들에게 모욕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텀블러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건들도 알고 보면 우리가 알지 못한, 훨씬 다양하고 복잡한 가공 과정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점점 제 주변에 있는 물건들의 (제조) 비밀이 하나하나 밝혀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다음 ‘알못’의 레이더에 잡히는 물건은 무엇일까요? 계속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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